우리 말 중 영어나 다른 외국어로 번역할 때 고민 되는 단어 중에 이 '고민' 이라는 단어가 있다. 표현을 못 해서가 아니라 주어진 맥락에서 '고민한다'거나 '고민해 보자'는 표현할 방법이 아주 다양하기 때문이다.
거래해 본 적이 없는 어느 공공기관의 한 분(학자셨다)께서 전화를 거셨는데, 뭔가 신뢰할 수 없다는 심정을 가지고 시작된 질문에 몇 차례 답을 드린 후에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번역을 해야 하는 논문 형식의 자료가 있는데 그때까지 컨택해 본 어느 누구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신뢰가 안 가는 이유가 어떤 점이셨는가? 여쭈니 "번역하는 사람들이 너무 고민을 안 하는 것 같아요!" 하셨다. 너무 반가워서 "그렇다면 저를 믿어 주세요, 저희는 고민을 아주 많이 하는 번역가들 집단입니다"라고 답을 드렸다.
번역의 일과 영작의 일에 소요되는 두뇌의 기능이나 탈진의 정도 그리고 소요 시간 등을 비교 연구한 결과를 보면 번역해 본 사람들은 이내 응수하는 결론이지만 우리에게 일을 의뢰하는 거래처나 그 글의 저자 자신은 번역의 일이 영작보다 더 힘들고 더 탈진이 되는 사정을 모르시나 보다. 번역 과정에서의 '고민'이란 번역자가 (한 언어가 아니라) 두 개의 언어를 대상으로 끊이 없이 판단과 결정을 책임지고 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하나의 언어를 가지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언어가 서로 다른 결정으로 표시된 개념을 우리 번역가들은 그 저자의 고민과 함께 다시 다른 언어를 대상으로 새로운 판단을 내리고 결정해야 한다.
AI 번역은 고민은 전혀 하지 않는다는 사실만 보아도 휴먼 번역과 비교되지 않는다. 아니, AI도 고민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많은 것은 아는데 이것과 번역가가 하는 고민은 정말 차원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을 마치 '중국인,' '외국인' 처름 별도의 카테고리로 엮어서 표현한 구문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 '교통 약자'는 또 무엇인가 말이다. 외국에서는 이 분들을 더 위한다는 명목으로 별도 카테고리로 구별하는 일이 많지 않아서, 굳이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을 people with disabilities라고 하지 않아도 될 때도 많다.
더욱 고민하는 표현은 이 '장애인'이라는 말의 대귀어로 '정상인'이라는 말이 얼마나 많이 쓰이느냐는 말이다. 장애인의 반대가 정상인이라니? 하지만 번역가들은 우리나라의 문화와 사회 안에서 이 말의 의도와 의미를 잘 알기 때문에 주어진 문액에서 해외의 독자들이 보았을 때 이상하지 않도록 - 즉, 장애인이 abnormal person이 되지 않도록 - '고민' 즉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을 진다는 의미이다.
By Jungsook Kim
